가계저축률 전년 대비 4% 상승할 듯
경제위기시 소비위축으로 가계의 저축성향 높아져
가계가 절약에 나서면 가계이 살림은 좋아지지만, 한국은행은 2020년 가계저축률(가계 처분가능소득 중 가계 순저축의 비중)이 1999년 이후 처음으로 10% 내외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가계저축률은 1999년 13.2%를 기록한 이후 10%를 넘은 적이 없었다.
그야말로 한국 경제가 '절약의 역설'에 빠진 것이다.
코로나19로 가계는 다시 불안감에 빠졌다. 한은은 가계저축률 상승폭이 2019년 대비 4% 포인트 내외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임금도 오르지 않고 자영업자는 폐업 위기에 놓일 정도로 경기가 나빠진 만큼 가계 소득이 줄었을까.
그것은 아니다.
재난 지원금 등으로 가계의 처분가능 소득은 2% 내외로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전 국민을 상대로 재난지원금이 지급됐던 2분기엔 이전소득이 무려 80.8%나 급증했다. 3분기에도 1.6% 증가세를 이어갔다. 가계는 늘어난 소득은 소비하기보다 저축하는 데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민간소비는 3% 중반께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집콕 생활에 해외여행이 급감하고 교통, 오락 등과 관련된 소비가 대폭 줄었다.
미국, 유럽도 저축률이 20%대로 올라
이는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미국에서 국민 1인당 2000달러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이 상원에 계류돼 있는데 그 효과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미국의 개인 저축률은 작년 7~8% 정도를 유지했는데 2020년 2분기에는 무려 25.7%로 껑충 뛰었고, 3분기에도 15.8%에 달했다. 가처분소득이 증가했는데 경제 봉쇄 등에 소비가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유로 지역 역시 지난해 가계 저축률이 2분기 역대 최고치인 24.6%를 기록했다. 이런 점 때문에 미국에선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것보다 코로나19로 실직하게 된 가계 등을 선별해 지원하는 것이 더 낫지 않겠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당장 생활비가 급한 가계는 재난지원금이 곧장 소비로 이어질 테니 말이다.
저축률이 올랐다는 것은 뒤집어 보면 소비가 줄었다는 뜻이다.
코로나19로 경기가 침체 국면에 들어섰고 앞으로 벌이가 시원찮을 수 있는 만큼 가계가 '예비적 저축'을 늘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치솟는 집값이 씀씀이를 옥죄는 요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오름세를 보이는 집값을 마련하거나 부동산 대출금을 상환하기 위해 소비를 억제한다는 것이다.
케인즈가 경고한 것처럼 저축률 상승이 장기 침체를 부를 것이라는 경보음도 커졌다. 저축이 늘고 소비가 줄면 그만큼 기업 창고에는 재고가 쌓인다. 기업은 고용을 줄이고, 소득이 감소한 가계는 씀씀이를 다시 줄이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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