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의 발전은 노동시장에 급격한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단순 반복 작업은 AI가 대체하며 인간은 관리 및 창의적 업무로 이동하는 추세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30년까지 전체 일자리의 22%가 AI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 전망했다. 한국은행 또한 국내 일자리의 51%가 AI로 대체되거나 보완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노동자의 절반이 직무 변경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WEF 보고서에 따르면, 인간이 직접 수행하는 노동 영역은 2025년 47%에서 2030년 33%로 감소하는 반면, 기계가 완전히 수행하는 영역은 22%에서 34%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변화는 사무직뿐만 아니라 제조업, 물류업 등 블루칼라 직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업들은 AI 도입을 가속화하면서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물류업체 UPS는 지난해 1만 2000여 명의 사무직 직원을 해고했으며,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글로벌 IT 기업들도 수만 명의 직원을 줄였다. 특히, 메타는 2022년 1만 1000명, 2023년 1만 명을 해고했으며, 2024년에도 3600명을 감원할 계획이다.
블루칼라 노동자들도 위기에 처했다. 2025년 CES에서 ‘피지컬 AI’가 주목받으면서, AI가 단순 사무업무뿐만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도 인간을 대체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는 전기차 공장에 AI 로봇을 도입할 예정이며, 현대차 그룹과 중국 유니트리로보틱스 역시 유사한 계획을 진행 중이다.
AI의 도입으로 인해 인간 노동자의 생산성이 AI 대비 뒤처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 WEF는 AI가 인간 대비 4.8배 높은 생산성을 보일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AI를 도입하는 기업에 세금을 부과해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의 생계를 보장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예를 들어,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 우버는 차량 공유 서비스로 피해를 본 택시업계를 위해 지원금을 내고 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는 공유 차량 이용객에게 소액의 추가 요금을 부과해 택시 노동자의 재교육과 생계를 지원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이러한 방식이 AI 기술 도입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AI가 노동시장을 대체하는 속도에 대한 전망은 기관마다 차이를 보인다. 한국은행은 AI가 직업 자체를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 반면, AI 연구 기업 앤트로픽은 개별 직무 단위에서 AI의 보완 역할이 크다고 보았다.
앤트로픽 보고서에 따르면, 직업을 구성하는 여러 작업 중 75% 이상이 AI로 대체되는 경우는 4%에 불과했다. 오히려 AI는 인간의 업무를 보완하며 생산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인간은 AI 기술을 자신의 역량 보완과 작업 자동화에 활용하려는 경향을 보이며,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내재화하는 적응력을 갖고 있다는 점도 강조됐다.
이처럼 AI가 노동을 대체하는 것만이 아니라 인간과 공존하며 협업하는 방식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국가의 역할이 중요하다. 영국의 산업혁명 시기 러다이트 운동처럼 노동 대체가 경제 불황과 맞물릴 경우, 사회적 충격이 커질 수 있다. 이에 따라 국가와 기업은 AI로 인한 노동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재교육 및 복지 정책을 적극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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